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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20:25 자동차
(이 글은 자동차공학적인 전문지식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거의 모든 차종에 기본 또는 옵션으로 장착되는 ABS. Anti-lock Breaking System의 약어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동거리를 줄여주는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ABS이름에 나오는 Lock이란, 바퀴의 잠김을 말하는 것이다. 바퀴의 잠김을 설명하려면 구동과 제동의 간단한 원리를 짚고 가는 것이 좋겠다.
(꼭 원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런게 있구나 하면된다ㅡ_ㅡ)

자동차의 구동은 엔진에서 만들어진 회전력이 몇가지 연결부위를 통해 바퀴까지 전달되어 바퀴가 회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때, 바퀴까지 전달된 화전력은 타이어와 지면이 맞닿은 곳의 마찰력을 넘어선 안된다. 마찰력을 넘어서는 회전력을 가하면 소위 휠스핀이라 하는 바퀴만 헛도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즉, 엔진이 바퀴에 전달한 회전력에 맞서는 마찰력을 이용해서 바퀴가 굴러 나아가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타이어와 접지면의 마찰력은 엔진의 구동력에 반하는 힘이다.

그럼 제동은? 바퀴의 회전을 멈추게 하면 된다. 위에 말한 구동력에 반하는 힘인 타이어와 접지면의 마찰력을 키우면 바퀴의 회전이 감쇄되면서 차가 멈춘다. 어린 아이들 자전거 탈때 신발을 바닥에 끌어 자전거를 세우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게 바로 이 원리다(관성력에만 맞서면 되니까 발로도 충분하다) 근데 자동차는 이걸 진짜 할 방법이 내가 아는한 아직 없다. 발 내밀어서 멈출수는 없자나;;;
그래서 구동력 전달의 최종지점인 타이어와 접지면보다 좀더 중간 단계에서 감쇄력을 작용시키는데 이 감쇄력을 만드는 장치가 브레이크다. 브레이크는 디스크+패드 또는 드럼+라이닝과 같이 쌍으로 구성되며, 하나는 바퀴에 매달려 바퀴와 같이 돌아가고 하나는 차축에 고정되어 마치 고정된 지면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둘이 고압으로 맞닿아 눌려지면 그 마찰력으로 바퀴의 회전을 방해해서 바퀴를 멈춘다.
이 마찰력은 또하나의 마찰력을 넘어가서는 안되는데, 구동과 마찬가지로 역시 타이어와 접지면 사이의 마찰력이다. 이 마찰력보다 큰 힘으로 브레이크가 마찰력을 만들면 갑자기 바퀴의 회전이 멈추고 그 상태로 차량은 접지면 마찰력과 같은 크기의 관성력에 의해 지면에 미끄러지게 된다. 이거 죠낸 위험하다;;; 이렇게 바퀴가 브레이크에 의해 회전을 멈춰 버리면 잠겼다(lock)고 한다.
(쓰고 보니 별로 간단하지 않다.. 젝일ㅡ,.ㅡ)

근데 사람의 다리는 제법 힘이 센데다가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너무 꽉 밟으면 타이어의 접지면 마찰력 따위는쉽게 넘길수 있다. 참으로 위험천만하고 어처구니 없는 기계가 아닐수 없다.
그래서 ABS가 등장했다. 바퀴의 잠김을 감지해서 바퀴가 주행중에 잠겨 버리면 강제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게 역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순간적으로 브레이크에 생긴 마찰력이 약해지면서 잠겼던 바퀴가 다시 지면에 붙어 회전하게 된다. 이걸 매우 빠르고 짧게 반복해 주어 미끄러지는 상태를 벗어나게 해준다. 참 신기한 녀석이다.

이제 ABS가 뭔지 알았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바퀴가 잠기지 않는 상태에서는 ABS는 작동하지 않는다. 제동거리와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만약 바퀴가 잠길만큼 세게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브레이크를 밟고있는 힘을 순간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ABS다. 감쇄력이 순간적으로 없어졌다 돌아왔다를 반복한다는 말이다. 이거 역시 감쇄력을 지속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니 제동거리가 줄어들거 같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바퀴가 잠겨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감쇄력 따위는 이미 0으로 없어져 버린 후이다(바퀴는 이미 멈췄으므로) 즉, ABS는 사라진 감쇄력을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타이어 접지마찰력을 역으로 이용해 감쇄력이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을 다시 연출해 주는 것이다. 바퀴가 잠길 만큼 급하고 세게 브레이크를 밟은 상황에서는 ABS가 작동하는 것이 미끄러지는 것보다 훨씬 제동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아마.. 이 부분에서 오해가 생긴것 같다. 제동거리가 줄긴 줄어드는데 위험한 상황에서 제동거리를 줄여주어 안전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장치라고 어디선가 광고를 했을거다. ABS의 큰 가치중의 하나는 바퀴가 잠겼을때 제동거리를 줄여주는것 외에 조향의 여지를 남겨준다는데 있다. 차량이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거의 조향이 불가능해 지는데 이것 역시 방지 된다.

ABS에 대한 오해의 여지는 또 있다. 보통 ABS가 장착된 브레이크는 그 설계상 제동력이 더 크다. ABS가 없는 브레이크는 가급적 바퀴가 잠기지 않고 제동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데 그래서 마찰력을 너무 크게 발생시키면 위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ABS가 장착된 브레이크는 바퀴가 잠기는 상황을 극복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좀더 세게 제동력을 발휘해도 된다. 그래서 마찰면이 더 넓거나 압력이 더 세게 만들어져 제동력이 더 좋다. 그래서 브레이크를 깊게 밟지 않아도 정지선에 세울수 있는거다. 제동거리는 절대 ABS가 줄여준게 아니다.

바퀴 잠기는 얘기로 돌아가서 쫌 다른 샛길로 가보자.. 도대체 바퀴가 언제 잠긴다고 ABS따위를 만들었을까 하는거다. 도대체 이게 정말 안전에 도움을 주기는 하는걸까 하는 거다. 결론은 진짜 도움 많이 된다.
위에서 브레이크가 만드는 마찰력이 타이어 접지면의 마찰력을 넘기면 바퀴가 잠긴다고 했다. 숙련된 운전자는 일정한 상황에서 거의 일정한 브레이크 압력을 만들어 낸다. 근데 타이어 접지 마찰력은 변수가 많다. 바로 이 타이어 접지 마찰력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ABS가 빛을 발하면서 보편적인 안전장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타이어 접지마찰력은 언제 줄어들까. 이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우선 비에 젖은 노면은 접지마찰력이 매우 작아진다. 눈길이나 빙판은 젖은 노면에 비해 다시 극적으로 마찰력이 적다. ABS 차량운전자라면 겨울철에 발바닥을 때리면서 드르륵~ 하는 ABS 작동을 경험했을 거다. 눈, 비올때 말고는 없나. 아니다. 도로 포장 상태와 포장재료에 따라 마찰력이 다르다. 또, 낙엽에 쌓인 경우나 모래가 떨어진 경우 등 도로가 이물질로 덮여있는 곳에서 제동하려면 뜻밖에 많이 적어진 접지마찰력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이렇게 이물질로 인해 마찰력이 적어지는 경우는 좌우 바퀴에 작용하는 마찰력이 차이나는 경우가 많아 차가 돌기도 한다. ABS가 작동해 준다면 차체의 회전을 방지하거나 많이 줄일 수 있다. 이물질도 없고 마른 노면도 마찰력에 불균형이 있는 경우도 있다. 각종 공사로 도로를 파헤쳤다가 덮은 곳이나 노량대교 가운데차로처럼 도로 폭을 변태스럽게 확장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들 역시 좌우 마찰력이 달라 브레이크를 좀 세게 밟으면 차가 돌기 십상이다. 차량이 돌기 쉬운 상황은 ABS만으로 극복이 되지는 않는데 이는 다음기회에 또 다뤄보기로 하고 지금은 ABS가 함께 작용해서 차체스핀의 방지에 크게 기여한다고만 알아두자.

브레이크는 이런 여러가지 상황에 폭넓게 제동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최대한 융통성 있는 마찰력 볌위에서 설계된다. 무슨 외제차를 빌려 타봤는데 브레이크 아주 꽂아주더라.. 뭐 이런거 부러워하지말자. 지금 당신차에 가장 적합한 브레이크는 지금 당신차에 장착된 브레이크다.

덧. 아쒸.. 맨날 이래.. 쓰고보면 길어.. 그림도 한장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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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미넌스